"조선 세계 1위 7~8년은 무난"

2007-06-11l 조회수 6491

학계,증권업계 등에 종사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조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최소 7~8년은 세계 최강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30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로는 철강, 기자재 등 전후방산업이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량다종의 선박을 오랫동안 건조한 경험과 높은 생산성을 갖춘 것도 강점으로 평가했다.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는 전문 설계,기능인력의 부족과 중국, 인도의 부상을 지적했다. 조선소 해외진출에 따른 기술유출과 고임금 등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저하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위협에 대한 대처방안으로는 대학원 출신 등의 전문인력, 우수 엔지니어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이 세계 1위인 상선 이외에 군함,레저선박 분야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재욱 인하대 선박해양조선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능가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사회체제를 변화시키고 그에 맞는 경영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쉽게 우리를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선박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페널티를 물게 되면 무리한 수주를 꺼려할 것"이라며 "우리 조선 산업처럼 중국도 당분간 수업료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지난해부터 국내 지방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대형 조선소들을 유치해 신조선소들을 짓는 현상에 대해 걱정했다. 방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데다 조선소 간 인력 유치경쟁이 벌어져 그간 쌓아온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 우리가 이룩해온 세계정상의 기술이 송두리째 보이지 않는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정부 측에 당부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선종개발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는 대형,고부가가치 선박이 주류를 이루는 등 건조선종에 차이가 있어 중국이 따라오기는 쉽지 않다"며 "계속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선 VLCC나 LNG선 처럼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선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추격할 때쯤 블루오션을 개척해 앞으로 멀찌감치 달아나야 한다는 얘기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력부족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조선협회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전문인력 양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조선사업에 신규 진입하는 업체가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기업 사내직업훈련원 등을 통해 현장밀착성 있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자국 내 운항 선박을 자국에서 건조'하려는 이른바 '국수국조(國輸國造)'추세 확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철광석,원유 등 자원을 가진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만든 배로만 운송하게 한다면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커다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수국조' 현상은 중국뿐 아니라 인도,브라질,이란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조선업에 소극적이었던 인도는 정부차원에서 동부 해안과 서부 해안에 1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해 각각 2개의 대형 조선소를 건설할 예정이며 브라질 또한 남부지역의 99만평 부지에 2008년 완공을 목표로 신규 조선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 조선소 도크 길이는 360m이며 투자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신 교수는 "한국은 95% 이상 해외수주에 의존하고 있어 자원보유국들이 선박을 자급자족할 경우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는 조선사들의 인력채용 방식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조선입국 선포 이후 37년간 현장에서 일한 조선 1세대들은 인력 채용 시 대학원 출신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대학원 출신자들을 많이 뽑아야 기술융합적인 추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대학원 출신들도 연구개발뿐 아니라 설계나 생산 쪽에 투입될 수 있다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 한국경제 2007.6.1